우르크 줄 세우기가 타격 생산성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르크(wRC+)는 타자를 비교하기 좋은 지표다. 그래도 우르크 하나로만 줄세우면 놓치는 것이 있다.
요즘 타자 이야기가 나오면 타율보다 우르크(wRC+)가 먼저 나온다. 시즌 막바지에 MVP나 골든글러브 이야기가 시작되면 야구 커뮤니티에는 우르크 순위표부터 올라오고 댓글은 그 순서를 놓고 싸운다. 스탯티즈 같은 기록 사이트에서 누구나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숫자가 됐고 영어 약자 대신 ’우르크’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예전에는 3할, 30홈런, 100타점이 좋은 타자의 기준이었다. 지금은 “우르크 150 넘으면 리그 최상위”처럼 우르크 하나로 타자의 급을 나눈다. 우르크는 타율보다 낫고 OPS보다 정교하니 그럴 만하다.
그렇다고 우르크 순위표가 타자 가치를 전부 말해 주지는 않는다.
우르크는 어떻게 만드나
우르크를 만드는 순서는 이렇다.
- 타석 결과마다 득점 가치를 매긴다. 아웃은 0이고 볼넷, 사구,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 순으로 가치가 커진다.
- 한 타자가 낸 가치를 모두 더해 타석 수로 나눈다. 이것이 가중출루율(wOBA)이다.
- 가중출루율을 리그 평균과 비교해 타석당 몇 점을 더 만들었는지로 바꾼다.
- 홈구장이 타자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파크팩터)를 보정한다.
- 리그 평균 타자를 100으로 놓는다.
| 결과 | 볼넷 | 사구 | 단타 | 2루타 | 3루타 | 홈런 |
|---|---|---|---|---|---|---|
| 2026 득점 가치 | 0.74 | 0.77 | 0.93 | 1.3 | 1.63 | 2.08 |
쉽게 말해 홈런 하나는 볼넷 2.8개 값이고, 우르크 140은 같은 타석에서 리그 평균 타자보다 득점을 40% 더 만들었다는 뜻이다. 구장 차이까지 걸러 내니 잠실 타자와 사직 타자를 같은 줄에 세울 수 있다. 줄 세우기에 이만큼 편한 숫자가 없다.
그래도 우르크만 보고 줄을 세우면 빠지는 것이 있다.
반론 1: 우르크는 비율 스탯이다
우르크는 타율이나 OPS처럼 타석당 숫자다. 400타석을 선 타자와 600타석을 선 타자가 같은 기준으로 비교된다.
400타석에 우르크 160인 타자와 600타석에 우르크 140인 타자를 놓고 보자. 우르크로는 앞의 타자가 20이나 높다. 그런데 올해 리그 평균 타자보다 더 만든 득점을 계산하면 둘 다 31.1점으로 같다. 평균이 아니라 대체 선수(2군에서 바로 올릴 수 있는 수준)와 비교하면 순서가 뒤집힌다.
| 타자 | 타석 | 우르크 | 평균 대비 득점 | 대체 선수 대비 득점 |
|---|---|---|---|---|
| 400타석 타자 | 400 | 160 | +31.1 | +44.4 |
| 600타석 타자 | 600 | 140 | +31.1 | +51.1 |
200타석을 더 서는 동안 대체 선수가 들어갔다면 그만큼 손해를 봤을 것이다. 그래서 600타석 우르크 140 타자가 6.7점 더 가치 있다. 우르크 순위표에는 이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로 400타석째 우르크 160인 타자가 600타석째에도 160을 지키느냐다. 2017년 이후 시즌을 550타석 넘게 소화한 타자 중 400타석째에 우르크 160 이상이었던 경우는 17번 있었다. 그중 시즌 끝까지 160 이상을 지킨 경우는 9번이다. 평균으로는 9.3 떨어졌다. 같은 조건의 타자 199명 전체로 보면 평균 0.6만 떨어졌으니, 높은 곳에 있을수록 많이 내려온 셈이다.
올해 10월 오스틴이 좋은 예다. 9월까지 595타석에서 우르크 184.9였던 오스틴은 10월 37타석에서 119.5에 그쳤다. 시즌 우르크는 181.0으로 내려왔다. 풀타임 성적은 그만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규정타석을 겨우 넘은 타자와 600타석 넘게 뛴 타자를 비율 스탯만으로 비교하는 건 맞지 않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높은 우르크를 시즌 끝까지 지키기는 어렵다. 타석이 적은 타자의 우르크는 그만큼 할인해서 봐야 한다.
반론 2: 상황마다 필요한 플레이가 다르다
1사 3루에 점수 차가 적으면 희생플라이 하나가 볼넷보다 반갑다. 볼넷도 상황마다 값이 다르다. 1사 2, 3루에서 고른 볼넷은 1루를 채울 뿐 점수가 나지 않지만 만루에서 고른 볼넷은 바로 1점이다. 우르크는 이 차이를 보지 않는다. 볼넷은 어느 타석에서 나와도 같은 가치(0.74)이고, 희생플라이는 범타와 똑같이 0점이다.
승리확률로 보면 차이가 크다. 승리확률 데이터가 있는 2024년 이후 1사 상황만 모았다.
| 상황 | 결과 | 타석 | 승리확률 변화 | 우르크가 매기는 가치 |
|---|---|---|---|---|
| 1사 3루 | 볼넷 | 136 | +2.02%p | 0.74 |
| 1사 3루 | 범타 | 387 | -3.21%p | 0 |
| 1사 3루 | 희생플라이 | 216 | +2.05%p | 0 |
| 1사 2, 3루 | 볼넷 | 167 | +0.94%p | 0.74 |
| 1사 만루 | 볼넷 | 164 | +7.20%p | 0.74 |
범타는 삼진·병살·야수선택을 뺀 아웃. 승리확률 변화는 타석 하나의 평균.
1사 만루 볼넷은 1사 2, 3루 볼넷보다 승리확률을 7배 넘게 올렸다. 1사 3루 희생플라이는 볼넷만큼 승리확률을 올렸고, 같은 상황의 범타와는 5%p 넘게 차이 났다. 우르크 계산에서는 볼넷 셋이 같은 값이고, 희생플라이와 범타가 같은 값이다.
우르크는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하는 능력이 타자마다 차이가 없거나, 있더라도 표본이 쌓이면 묻힌다고 본다. 필자는 실제 야구에서 상황에 맞는 스윙이나 플레이를 상대적으로 잘하는 타자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르크는 이것을 담지 못한다.
상황을 반영한 숫자로는 승리확률 기여(WPA)가 있다. 타석 전후로 팀의 승리확률이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더한 값이다. 올해 규정타석 70% 이상 타자의 WPA 상위권을 우르크 순위와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타자 | 팀 | WPA(승) | WPA 순위 | 우르크 | 우르크 순위 |
|---|---|---|---|---|---|
| 오스틴 | LG | 7.07 | 1 | 181.0 | 1 |
| 김도영 | KIA | 5.47 | 2 | 173.6 | 2 |
| 구자욱 | 삼성 | 4.04 | 3 | 167.5 | 3 |
| 최원준 | KT | 3.86 | 4 | 144.1 | 5 |
| 레이예스 | 롯데 | 2.99 | 5 | 133.0 | 10 |
| 페라자 | 한화 | 2.76 | 6 | 132.9 | 11 |
| 나성범 | KIA | 2.71 | 7 | 144.0 | 6 |
| 힐리어드 | KT | 2.69 | 8 | 143.9 | 7 |
| 박민우 | NC | 2.45 | 9 | 125.3 | 19 |
| 디아즈 | 삼성 | 2.37 | 10 | 127.4 | 16 |
| 박성한 | SSG | 2.22 | 11 | 131.6 | 13 |
| 김민석 | 두산 | 2.19 | 12 | 120.6 | 27 |
맨 위 세 명은 두 숫자의 순위가 같다. 2024년부터 3시즌 동안 두 지표의 상관계수도 0.81~0.84로 높다. 그런데 몇 명은 크게 갈린다. 롯데 레이예스는 우르크 10위인데 WPA는 5위다. 두산 김민석은 우르크 120.6으로 27위지만 WPA는 12위다. 이 둘은 승부가 걸린 타석에서 우르크가 말하는 것보다 많은 일을 했다.
WPA는 표본이 쌓이면 결국 우르크로 수렴하는 경향을 보이긴 하지만 야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필자는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상대적으로 더 잘하는 타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결로 득점권에서 특히 강한 타자가 있는지는 할 이야기가 많아서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루겠다.
반론 3: 시즌이 다르면 같은 우르크도 다르다
우르크는 그 시즌 리그 평균과 비교한 숫자다. 리그 전체가 잘 치는 타고투저 시즌에는 평균이 올라가고 못 치는 투고타저 시즌에는 내려간다. 그런데 타격에는 상한선이 있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도 매년 4할을 치거나 60홈런을 넘길 수는 없다. 리그 평균이 내려간 시즌에 최상위 타자가 자기 기량 방어를 어느 정도 한다면 우르크를 생산하기가 좀 더 수월하다. 그래서 필자는 S급 우르크(180 이상)를 뽑을 때 투고타저 시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 시즌 | 성격 | 경기당 득점 | 최고 우르크 |
|---|---|---|---|
| 2022 | 투고타저 | 4.53 | 이정후 179.2 |
| 2019 | 투고타저 | 4.55 | 양의지 170.3 |
| 2024 | 타고투저 | 5.38 | 김도영 167.8 |
| 2017 | 타고투저 | 5.33 | 김재환 168.2 |
2022년이 그런 예다. 경기당 4.53점으로 2017년 이후 득점이 가장 적었던 시즌에 이정후가 우르크 179.2를 찍었다. S급 기준에 0.8 모자랐다. 득점이 두 번째로 적었던 2019년(4.55점)에는 양의지가 170.3을 기록했다. 반대로 경기당 5.38점이 나온 2024년의 최고는 김도영의 167.8, 5.33점이 나온 2017년의 최고는 김재환의 168.2였다.
시즌이 다른 두 우르크를 같은 무게로 놓기 전에 그 시즌이 어떤 시즌이었는지 함께 봐야 한다. 구장 보정 기준도 해마다 조금씩 바뀐다. 이 블로그의 2026 파크팩터는 최근 3년 득점으로 직접 계산했고 2025년까지는 장기 평활값을 썼다.
그래서
우르크는 좋은 지표다. 타격 결과를 득점 가치로 바꾸고 구장까지 보정해 다른 시즌 성적까지 한 줄로 세울 수 있게 해 준다. 다만 줄 세우기가 쉬운 만큼 놓치는 것도 있다. ’누가 타석당 더 잘 쳤나’와 ’누가 팀에 더 많은 것을 해 줬나’는 비슷해 보여도 다른 질문이다. 우르크는 앞의 질문에 가장 잘 답하는 숫자다. 타자 줄 세우기에 우르크만 한 지표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르크의 특성을 이해한 뒤 맹신은 피하자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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